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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패션 상품의 '원가'

발행 2024년 08월 2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유통 이데아'

 

'디올' 2025 크루즈 패션쇼

 

최근 유명 명품 브랜드의 원가가 공개되면서 고객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다루는 기사들을 접했다. 백화점 현장에서 패션 브랜드를 관리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직접 매입하는 업무를 했던 나로서는 ‘낮은 원가에 실망했다’는 고객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패션 상품에 있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상품과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패션 특히 럭셔리 상품 구매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패션 럭셔리 상품의 원가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실사용 여부보다는 구매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 크게 작용한다.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패션 럭셔리 상품의 구매 순간을 떠올려 보자. 일반적인 상품을 구매할 때는 자연스럽게 핸드백의 수납공간이 충분한지, 시계의 시간이 정확하게 맞는지, 새 구두가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경우 자동차 열쇠를 찾기 어려워도, 휴대폰보다 부정확해도, 기념일에 받은 구두가 있더라도 망설임 없이 카드를 꺼내기도 한다. 그건 왜일까?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브랜드가 사용 시점이 아닌, 구매 시점의 만족감(혹은 과시욕)이라 할 수 있는 어떤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처럼 고객은 만족감이 극대화되는 상품을 사기 위해 패션 럭셔리 상품을 구매한다. 이 경우 공급자는 고객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원가가 낮은 상품을 가성비 있게 공급하는 것보다, 구매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고객은 더 품질 좋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기 보다, 소유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즉 브랜드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쇼핑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가가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 왜 그렇게 실망할 일일까? 두 번째도 첫 번째의 내용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상품 가격의 구성은 생산원가, 기업이윤, 제반 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는 상품 전체가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판매 소진율도 고려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생산원가다. 생필품과 같은 일반 상품의 생산원가는 상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만 고려하면 된다. 하지만, 럭셔리 패션 상품은 첫 번째에서 언급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고객들이 가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때로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광고를 찍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K-POP 스타를 글로벌 엠버서더로 계약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고궁에서 혹은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

 

고객은 상품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각인시켜 온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 원가에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비용이 포함되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개별 상품에 얼마로 산정하느냐는 것이 일반 상품의 생산원가, 기업이윤, 제반 비용을 따지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을 뿐이다. 여기서 중학교 때부터 배워온 경제학의 가장 기본 원리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급자가 책정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판매가 잘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포함하여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구매한 패션 상품 원가 중 극히 일부인 생산 비용이 낮다고 해서 실망하는 것은 어쩌면 상당히 모순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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