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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알다가도 모를 패션…나를 도전하게 만드는 ‘브랜디멜빌’

발행 2025년 02월 1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유통 이데아’

 

브랜디멜빌 성수점 /사진=최종건 기자 cjgphoto@apparelnews.co.kr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패션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산업이다. 가장 품질이 좋다고, 혹은 가장 가격이 저렴하다고 가장 잘 팔리는 산업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안 좋거나 비싼 상품은 잘 팔리지 않지만, 간혹 품질이 그저 그렇고, 가격이 비싼 제품이 대박이 나기도 하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패션 바이어로 일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성공을 지켜봤지만, 그 방식이 새로웠던 브랜드는 바로 거리의 왕 ‘슈프림’이다.

뉴욕의 작은 스케이트보드 가게였던 ‘슈프림’은 출시된 상품이 완판되어도 절대로 추가 생산을 하지 않았다. 또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한정 수량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드롭 마케팅을 통해 희소성, 브랜드 충성도, 리셀 벨류를 높이며, ‘슈프림’의 브랜드가 붙어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슈프림’ 벽돌이었고, 진짜 이게 처음 나왔을 때 정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VF코퍼레이션에 브랜드가 매각된 이후의 변화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슈프림’의 상업적인 성공은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래 어떤 제품의 인기가 늘어날수록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늘려줘야 회사는 돈을 벌 수 있는데, ‘슈프림’은 돈과 상관없이 모든 상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고 재발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리셀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실수요와 더불어 투기 수요까지 상승하며 ‘슈프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리셀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슈프림’이 돈을 번것도 아니다. 수요에 맞춘 생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기에 비해 돈은 벌 수 없었고, 돈은 ‘슈프림’ 대신 리셀러가 벌었다. ‘슈프림’의 창업자인 제임스 제비아는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대신,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회사를 2020년 VF코퍼레이션에 21억 달러에 매각했다. 상품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과 비교할 수 없는 돈을 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슈프림’의 브랜드 가치는 이 시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슈프림’의 소유주가 큰 돈을 들여 ‘슈프림’을 산 거대 패션 그룹이 되면서 그들은 돈을 벌어야 했고, 희소성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유통을 지향하자 ‘슈프림’은 구하기 쉬한 제품이 됐다. 이로 인해 리셀가도 떨어졌다. 떨어진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VF는 디자이너의 교체 등 제품 개발에 힘을 썼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이는 해외에서만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디자인이 불필요한 기본 후드, 티셔츠, 모자에 로고 플레이만으로 성공한 ‘아이앱 스튜디오’도 희소성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의 독창성을 통해 성공한 ‘젠틀몬스터’나 ‘아더에러’도 제품보다 브랜딩에 초점을 맞춰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성수동에 오픈해 연일 고객들을 줄 세우는 ‘브랜디멜빌’의 성공은 그 이유를 찾기가 궁색하다. 크루 콘텐츠라며 ‘브랜디멜빌과 어울리는 다양한 모델들을 섭외해 일상적으로 보이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매장 직원들 또한 브랜디 멜빌스러운 크루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그 성공을 설명하기도 하고, ‘딱 하나의 사이즈만 생산’하는, 마른 여성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공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쩐지 그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딸아이 손에 이끌려 처음 방문했을 때 “여기는 멀티숍인가 보구나”라고 생각했다. 강남역에 있는 많은 보세 멀티숍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성조기가 그려져 있는 박시한 티셔츠와 후드가 있기도 하고, 로고가 없는 스키니한 오프숄더도 눈에 띄었지만, 두 상품이 동일 브랜드의 상품이라고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른 MZ 브랜드의 성공 요인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통한 성공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요인에서 브랜딩에 성공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브랜디멜빌은 나에게 패션 산업은 어렵고, 여기서 계속 먹고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알려주는 브랜드이다. 이제 나는 틈만 나면 성수동을 방문하여 그 원인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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